클라이밍에선 암벽을 오르는 걸 '문제를 푼다'라고 해요. 같은 색깔의 돌을 밟아서 끝까지 올라가는 걸 '완등을 했다'라고 표현을 하는 건데, 그게 '문제를 풀었다'는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이걸 왜 문제라고 하는지, 용어가 조금 생소하긴 했는데, 정말 문제이긴 해요. 풀어나가야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암장에 가면 레벨별로 엄청 다양한 문제가 있는 거예요. 

제가 암장에 한 세네 번째쯤 갔을 때, 정말 안 풀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보기엔 쉬워 보였고 주변 사람들도 쉽게 올라가더라고요. 잘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갔는데,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알려줘도 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너무 답답한 거죠. 엄청 어려워 보이는 것도 아닌데 왜 난 저게 안 될까. 그쯤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아요. 체력이 굉장히 많이 소진된 상태였는데도, 그냥 저건 내가 풀어야 될 것 같았어요.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해서 올랐죠. 

그 같은 문제를 한 10번, 20번 했을 거예요. 마지막에 진짜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쯤에 딱 탑 홀드를 잡았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힘을 다 썼지만 너무 느낌이 좋고, 이게 또 계속하면 되는구나라는, 뭔가 짜릿한 성취감이 갑자기 빡 왔어요. 이게 클라이머들한테는 엄청난 도파민이거든요. 안 되던 걸 풀었을 때. 그걸 처음 느낀 거죠.

그런 거 전혀 없어요. 오히려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면 안달이 났지 텃세는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런 걸 느낀 적이 없고 오히려 힘들어하는 분을 보면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클라이밍 같은 경우는 크루 문화가 있어요. 크루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당근 모임에서도 많이 올라오는 걸 봤고, 동네 소모임 어플에서도 클라이밍 크루 모집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나 친한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클라이밍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크루 문화를 좋아하시거나 여럿이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시는 경우에는 엄청 잘 맞을 수도 있어요. 

암벽을 올라가는 것 자체는 개인이 하잖아요. 크루 문화의 응원하는 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크루로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같이 했을 때 긍정적인 자극을 받거든요. 서로서로 알려주기도 하고, 만약에 어떤 사람이 어떤 문제를 쉽게 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그거를 알려줘서 저도 또 같이 해보기도 하고... 여러 명이서 했을 때도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암장에 가면 당연히 에어팟 딱 끼고 오로지 혼자만의 세계에서 클라이밍을 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꼭 그렇게 여럿이서만 하는 운동은 아니에요. 혼자 즐기고 싶은 분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암장에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암벽을 오르는 동안 뒤에서 그 주변에 있는 문제들을 풀려고 다른 분들이 기다리는데요, 제가 고전을 하고 있다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으면 뒤에서 응원을 해요. 할 수 있다고, 조금만 더, 이러면서 응원을 해주거든요. 저도 클라이밍장에 자주 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 보면서 응원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집중하는 그 몸짓이 느껴지거든요. 저 사람이 얼마나 저걸 풀면서 집중하고 있을까, 얼마나 저걸 풀고 싶을까, 이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뒤에서 응원을 하게 돼요. 그런 활기차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고, 서로서로 되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좋은 자극이 돼요. 그게 또 제가 암장에 가는 걸 엄청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저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됐어요.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영상을 찍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디에서 미끄러졌는지, 뭐 때문에 이게 안 풀리는지, 그런 걸 보고 싶어서 영상을 찍는데, 그렇게 영상을 찍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성공하는 영상들이 나오잖아요. 그럼 그 성공하는 영상들을 운동이 끝나고 나서 집에 가면서 보는데, 그게 굉장히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저는 제가 운동하는 모습을 그렇게 찍어서 본 게 처음인데, '나 좀 잘하는데?'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냥 제가 완등을 하고 내려오면서 기쁘고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진짜 운동하면서 행복해하는구나 싶어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게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제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즐거워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니까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변화였던 것 같아요.

인생은 원래 남루한 것이라는 글을 어디서 봤거든요. 그래서 소소하고 즐거운 순간들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는 글을 봤어요. 최근에 읽고 있는 <감정 어휘>라는 책에서 봤던 글인데, 인간은 원래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건조하고 메마르는 시기가 있대요. 근데 그런 시기에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처방전이 재미와 멋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취미라는 게 진짜 빠르게 그 재미와 멋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매개체로서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뭐든지 즐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요. 취미를 통해 얻은 즐거움이나 자기 효능감, 자존감 같은 것들은 결국에 인생 전반에서 살아가는 태도나 힘듦을 맞이하는 태도, 그런 것들에 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다다님이 생생히 전해주는 클라이밍의 효능과 매력, 입문자들을 위한 팁, 흥미로운 장비의 세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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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의 'ㅋ'자도 모르는 에디터 늘보도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마성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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