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DNA #21호 - 셀프 디깅으로 나만의 무한 행복 굴레 만드는 법
오늘의 인터뷰이: 반짝임 수집하는 주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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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사실 거창하지 않죠. 길 가다 웃는 아이의 모습, 카페 직원의 밝은 인사, 좋아하는 음악에 흠뻑 빠진 나 자신... 오늘의 인터뷰이 주디님은 이런 순간들을 ‘반짝임’이라 부르고, 그것을 기록해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저는 반짝임을 수집해요”라고 답한다면,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 왠지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 얼핏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나도 이런 순간을 기록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 거예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주디님이 어떻게 반짝임을 발견하고 기록하며, 그것을 삶의 힘으로 바꾸는지 함께 들어보려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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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하이라이트
- '반짝임 수집', 다른 사람들의 빛나는 눈빛에서 시작되었다
- 셀프 디깅,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중요한 이유
- 기록하고 싶어서 행복한 순간을 더 만들게 된다
- 나만의 행복 버튼을 찾아서
- 나에게 취미란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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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반짝임을 수집하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굉장히 튀는 단어의 선택인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반짝임'이라는 것 자체를 저 스스로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지는 못했는데요. 시작 계기부터 설명하자면, 여러 모임을 다니면서 운영하시는 분들의 눈빛을 본 적이 있거든요. 가만히 계시다가 모임을 시작하는 순간, 본인이 좋아하는 걸 얘기할 때 눈빛이 확 바뀌는 그 순간을 보고 '아 저거다, 저 사람 지금 되게 행복해 보인다'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걸 '반짝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대다수의 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나도 모르게 신나거나 설레는 순간들을 수집하고 발견하고 모으는 거예요.
🦥 '내가 반짝이는 순간들',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어떤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는 건가요?
저는 진짜 수시로 해요. 꼭 글이나 일기로만 기록되는 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다 포함되죠. 특히 요즘은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 있으니까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아요. 저는 요즘 영상에 좀 빠져 있고요.
🦥 그럼 주디님의 반짝임 예시는 뭐가 있어요?
일단 제일 컸던 건 수업 기록이었고요. (*주디님은 청소년지도사이자 환경교육가입니다.) 두 번째는 덕질이에요. 제가 다방면으로 덕질을 많이 하는데, 그중에 '소란'이라는 밴드를 좋아해서 공연을 주기적으로 가거든요. 봄이면 소극장, 여름이면 스탠딩, 겨울이면 연말 콘서트, 이런 식으로 가을 빼고 일년에 세 번은 꼭 가요.
사실 밴드다 보니 매번 새로운 앨범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셋리스트가 비슷하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 위주로 하니까 거의 비슷한데도 매번 가는 거예요. 동생이 왜 똑같은 공연을 또 가냐고 물은 적이 있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물론 가수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공연장에서 소리 지르고 춤추고 노래하고 땀 흘리는 저 자신을 좋아하는 거예요. 그걸 깨닫게 되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반짝이는 순간으로 다시 보게 됐어요.
🦥 그러니까 그전에는 그냥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걸 좋아하는 나'로 기준점을 옮겨온 거네요.
맞아요. 반짝임 수집이 뭐냐고 물으면 설명하기 제일 좋은 단어가 바로 '셀프 디깅, 셀프 덕질'이에요.
🦥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모은다, 이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저는 기록 DNA라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기록하는 사람들은 진짜 평생 하고, 안할 사람들은 평생 안 하는 것 같아요. 약간 덕질처럼 타고나는 게 있는 거죠.
맞아요. 얼마 전에도 누가 '일기 왜 쓰세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냥 하는 거 아닌가요?' 싶은. (웃음)
🦥 주디님 같은 분들에게 기록은 마치 배설하듯이, 너무 당연하게도 해야만 하는 그런 일인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나오신 '기록하는 소하님'도 그런 분이었거든요.
맞아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해야 되니까. 그냥 책상이 날 부르고 팬이 날 부르고 노트가 날 부르는. (웃음)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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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수업 중 영상 기록이 있어 알게 된, 어린이 환경 수업을 왕 좋아하는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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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님은 원래 반짝임 수집을 하기 전에도 기록을 하는 편이었어요? 일기나 다이어리를 쓴다든가.
저는 원래부터 기록 러버예요. 이걸 '반짝임 기록'이라는 단어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셀프 디깅을 하게 됐죠. 기록이라는 게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거라 제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더라고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감정 쓰레기통처럼 쓰게 되기도 했어요. 기쁜 날에는 오히려 잘 안 쓰게 되고, 슬프거나 화나는 날에만 기록을 하게 되더라고요.
🦥 맞아요. 원래 저도 기록을 하는 편은 아닌데, 진짜 우울할 때는 쓰는 것 같아요. 사람은 왜 이렇게 우울할 때만 기록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맞아요. 그때만 일기장이 나를 찾는 것 같고, 그때만 책상에 앉고 싶고... 사회생활 전후가 너무 비교가 되더라고요. 어릴 때 일기들은 굉장히 재미있고 웃긴데, 이후의 기록은 슬픈 얘기, 혼난 얘기, 짝사랑 얘기 같은 것밖에 없어요. 그것도 다 성공하지 못한 이야기들이니까 다 슬프고요. (웃음) 그러다 보니 '안 되겠다, 좀 더 긍정적으로 써보자' 하고 시작한 게 반짝임 수집이었어요. 반짝임 수집이라는 이름으로 가져가게 된 건 이제 막 2년 차예요. 그전까지는 그냥 무지성으로 쓰는, 정말 죽어라 내뱉는 기록이었죠.
🦥 그렇게 셀프 디깅, 반짝임 수집을 하면서 얻는 효능은 뭔가요?
효능 중 제일 좋은 건 의미 있는 내 데이터가 생긴다는 거예요. 세상 정보는 GPT 같은 걸로 쉽게 얻을 수 있는데, 내가 가진 나에 대한 데이터는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정말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데 반짝임 기록을 하면 명확하게 내 데이터가 쌓입니다. 반짝임 기록에는 부정적인 걸 잘 못 써요. 그러다 보니 긍정적으로 쓰게 되고, 그러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가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 좋은 걸 선별하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맞아요. 쌓이고 쌓이다 보면 구분이 정말 명확해져요. 좋아하는 건 뭔지, 싫어하는 건 뭔지 딱 보이더라고요.
🦥 근데 그게 왜 도움이 돼요?
이건 제 연애랑도 관련이 있는데, 저는 불편한 상황이 너무 싫어요. 싸우는 게 싫어서 연애를 하면 보통 다 맞춰주거든요. 그런데 최근 연애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안 맞는 부분이 생겼어요. 처음엔 상대가 좋아하니까 나도 같이 해야겠다 했는데, 반복하다 보니 이건 사실 나랑은 안 맞는 활동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거죠. '즐거운데 왜 찝찝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이런 건 좋아하지만 저런 건 힘들어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된 거예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아직 안 해봐서 모르는 것. 이 세 가지만 정리해도 연애든 일이든 친구 관계든 내 의견을 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더라고요. 근데 내가 나를 잘 모르면 일단 하긴 하는데 불편하고, 또 싫은 말은 못하니까 계속 악순환이었어요. 그래서 나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느꼈어요.
🦥 반짝임 수집이 결국 행복한 순간들을 모으는 거다 보니, 하다 보면 이게 진짜 반짝이는 순간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될 때도 있겠죠. 그러면서 불호의 영역도 더 정확히 알 수 있겠고요.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내 감정의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슬프면 상황이 슬픈 건지, 나 자신에 대한 생각 때문에 슬픈 건지, 상대방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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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 중인 '반짝임 수집 프로젝트' 일기 친구들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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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임 수집의 또 다른 효능이 있다면요?
제가 최근에 느낀 건 제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청소년학과를 졸업하기도 했고, 그 전에는 유아교육과 특성화고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유아 청소년은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반짝임 기록을 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제가 만든 템플릿에 ‘내가 남긴 반짝임’이 있고, ‘오늘 발견한 반짝임’이 있어요. 내가 의도적으로 남긴 게 아니라 타인이나 배경 덕분에 발견하게 된 반짝임을 기록하는 칸이죠.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어린이가 자꾸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적고 싶어서 계속 찾게 됐어요. 처음엔 좀 웃겼거든요, 내가 기록하려고 애들을 찾고 있네 싶어서. 그런데 점점 그게 자연스러워지면서 그냥 길 가다 아기만 봐도 웃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지친 날에도 애들만 보면 자동으로 웃게 돼요. 약간 행복 버튼처럼 된 거죠. 하루에 웃음 포인트를 의도적으로 만든 셈인데, 이것도 하나의 효능이라고 생각해요.
🦥 나의 자동 웃음 버튼을 찾은 거네요. 이것만 있으면 일단 웃는다! 근데 기록을 하다 보면 기록할 순간을 찾게 된다는 게 공감이 많이 돼요. 저도 창작하는 사람이라 소재를 항상 찾아야 된단 말이에요. 근데 소재는 찾고 있어야 찾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찾아오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보통 내가 찾으려고 할 때 더 잘 찾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반짝임도 내가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반짝임을 찾아내는 능력과 그 감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노력해서 얻은 반짝임과 그냥 행운처럼 찾아온 반짝임, 이 두 개를 굳이 구분하는 이유가 있나요?
원래 최초의 목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반짝임을 더 기록하고 싶어서였어요. 줄글로 일기를 쓰면 그런 순간들을 다 흘려보내게 되더라고요. 결국 내가 뭘 했는지, '나'에 대해서만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사실 그 사이사이에 되게 작은 반짝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껌을 줬는데 너무 맛있었다든지, 길 가다 500원을 주웠다든지, 카페 직원이 너무 해맑게 웃어줬다든지. 그런 순간들은 분명히 나를 웃게 하고 즐겁게 해 줬는데, 줄글 일기에는 다 빠져요. 그냥 “나 오늘 너무 피곤하다, 필라테스 힘들었다” 이런 것만 남게 되죠.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그 소소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어서 구분을 했던 거예요.
🦥 감사 일기의 변형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이런 걸 기록하는 과정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예요?
제가 반짝임 수집할 때 아이폰의 '미리 알림' 기능을 활용하거든요. 까먹지 않으려고 와다다다 다 메모해 두고, 하루가 끝나고 나서 노트에 다시 옮겨 적을 때가 있어요. 그때 '내가 이걸 왜 메모했을까' 생각하면 그 상황이 다시 떠오르면서 자기 전에 행복하게 잘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의 행복을 밤에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림으로도 해 보려고 했는데 소질이 없어서 대신 더 세세하게 쓰기로 했어요. 위치라든지, 옷 색깔이라든지, 웃고 있던 모습이라든지. 그렇게 자세히 써두면 그날 잘 때도 행복하지만, 나중에 반짝임 기록지를 쭉 훑어볼 때 그 장면이 또 다시 생생하게 떠올라요. 무한 행복의 굴레에 빠질 수 있는 저만의 루틴이라고 해야 될까요.
🦥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기억 구슬 같은 거군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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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반짝임 수집 프로젝트를 여러 명이랑 같이 하고 계시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함께했을 때 얻는 게 뭐가 있어요?
같이 하면 일단 동력이 최고예요. 저도 귀찮은 날이 있는데, 제가 리더로 있으니까 다른 분들이 다 올리는데 저만 안 올리면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올리게 되고, 그게 유지가 돼요.
또 하나 좋은 건 다른 분들의 기록을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기록들을 읽다 보면 저랑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다르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고, 에너지가 떨어졌다고 쓰셨는데 실제로는 되게 많은 걸 하신 분들도 계세요. 그런 걸 보면서 제가 또 힌트를 얻기도 하고 에너지를 얻기도 하죠.
🦥 주디 님이 정의하는 취미란 무엇인가요?
'친구'인 것 같아요. 제가 인맥이 넓은 편도 아니고 인맥 관리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쓰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야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취미를 친구라고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춤추는 취미가 있었어요. 초중고 내내 쭉 K-pop 댄스를 열심히 췄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20살이 되면 댄스 강사로 활동하거나 아예 업으로 삼을 줄 알았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취미로 남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옆에 두고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니까요.
예전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는 춤이라는 취미가 있어서 참 좋겠다. 나는 퇴근 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는 연습실 가서 땀 빼고 오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되는 거야?” 이런 얘기요. 언제든 나랑 같이 놀 친구가 있다는 느낌이라, 취미가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취미는 친구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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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님의 '반짝임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면? 주디님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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