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밖으로 꺼내 정리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11호 -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줘야 하는 말들
오늘의 인터뷰이: 기록하는 소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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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하이라이트
- 모닝 페이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가시화할 수 있는 도구
- 문장 일기, 글쓰기 훈련에 가장 유용한 방법
-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라
- '리추얼'ritual과 '루틴'routine의 차이는?
- 기록은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
- 기록을 통해 '나를 믿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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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자님은 학창 시절 일기 숙제 이후로 나만을 위한 기록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혹시 시작했다가 포기한 일기장이 서랍 한켠에 수북히 잠들어 있지는 않으신지요?
오늘은 다양한 종류의 기록을 하는 소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꾸준히 해온 모닝 페이지와 문장 일기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해 봤는데요, 소하님에게 기록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고 해요. 더 나아가 '밑미'라는 플랫폼에서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며 기록이라는 행위를 전파하고 있을 만큼 기록에 진심입니다. 이렇게 좋은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꿀팁🍯까지 남기고 가셨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저 역시 '하다 만 기록을 다시 시작해야겠는걸...'이란 생각이 절로 들어 책상 한켠에 시들어있던 노트를 찾게 되었어요. 오늘의 인터뷰가 탐구자님께도 기록하는 습관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소하님이 이끄는 기록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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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써온 모닝페이지, 문장 일기 노트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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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닝 페이지는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됐나요? 어떤 기록법인지 소개해 주세요.
제가 번아웃 때문에 퇴사하고 갭이어 중이었는데, 뭔가 마음이 답답했어요. 근데 왜 그런지를 모르겠어서 심리 상담을 다시 받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저한테 모닝 페이지를 한번 써보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소위 '갓생'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써서 괜히 '모닝 페이지' 하면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원래 모닝 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건데요, 예술가들이 창조성을 잃어버렸을 때 무의식에 있는 나의 생각들을 꺼내는 도구로 소개하고 있어요. 꼭 예술가가 아니어도 무의식의 나를 꺼내는 도구이기 때문에 나를 알지 못하는 답답한 상태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나도 모르는 나의 감정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해서 조금 더 가시화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돼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는데요,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A4용지 세 장을 쓰라고 해요. 거기선 예술가의 창조성 회복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써야 우리 안에 진짜 숨은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같거든요. 저는 이 틀을 가지고 와서 저한테 잘 맞는 형식으로 바꿨어요. 그래서 분량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하고, 화장실 갔다 와서 물 한 잔 떠오고, 자리에 앉아서 바로 씁니다.
우선 저는 수면 시간을 꼭 써요. 그다음에 몸의 에너지 등급, 마음의 에너지 등급을 써요. 그리고 나를 위해 오늘 할 일을 한 가지 쓰는데요, 엄청 거창한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오늘 일어나보니 몸이 좀 굳은 것 같으면 '5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아니면 '스트레칭 꼭 하고 자기', '점심시간에 하늘 올려다보기', 이런 것처럼 별거 아닌데 하면 기분 좋을 사소한 것들을 거기다 적거든요. 거기다가 적었을 때랑 안 적었을 때랑 차이가 커요. 적어놓으면 꼭 기억이 나거든요.
그런 다음 생각나는 거를 막 적는데요, 할 말이 없으면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써요. 할 말이 없다고 한 세 문장 정도 쓰면 또 하고 싶은 얘기가 나오거든요.
처음에 쓸 때는 감정 쓰레기통처럼 썼어요. 저는 퇴사하고 쉬고 있으니까 엄청 평안하고 행복한 상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거기다가 '나쁜 사람.. 쌍시옷..' (웃음) 이런 것도 막 써보기도 했어요. 한동안은 그런 얘기밖에 안 썼죠.
'이렇게 써도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내용이 바뀌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긍정적인 내용도 많이 쓰게 됐어요. 스스로 응원도 하게 되고요. 일부러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아침 시간에 쓰는 힘인 것 같아요. 저녁 시간에는 회고하고 돌아보면서 나를 다그치게 되는데, 아침 시간은 하루가 시작되고 햇살도 내리쬐는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긍정적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아무 말이나 쓰는 행위가 사실 좀 어색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늘 목표가 있는 삶, 필요 없는 글쓰기는 하지 않는 삶을 학습해 왔잖아요. 이건 어찌 보면 쓸모없는 낙서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적응될 때까지는 '이렇게 쓰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 좋은 것들을 알게 됩니다.
🦥 모닝 페이지는 꼭 손으로 직접 종이에 써야 하나요?
이게, 쓰다 보면 가끔은 손에 뇌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닝 페이지는 생각을 하고 쓰는 게 아니잖아요.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진짜 내 뇌에서 생각하는 걸 쓰는 건지, 그냥 내 손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돼요. 아무래도 타이핑으로 치면 자꾸 수정하게 되는데, 손으로 쓰면 검열을 덜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손으로 써보라고 권유하는 편이에요.
🦥 근데 모닝 페이지에선 최대한 솔직하게 검열 없이 내 속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 건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쓰던 일기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잖아요. 그래서 솔직해지는 것도 어려울 거 같아요.
맞아요. 책에도 '우리 안에 검열자가 있다'고 나와요. 그 검열자가 어떤 이야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할 거라고요. 우리 모두는 나를 솔직하게 드러냈을 때 좀 부끄럽죠. 왜냐하면 솔직하게 나를 드러냈을 때 온전하게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없잖아요. '너는 이상해, 너는 잘못됐어' 이렇게 손가락질하는 말을 훨씬 더 쉽게 내뱉는 사회니까요. 그러니까 거기에라도 솔직하게 써야 되는 거죠. 이건 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검열하지 않으려고 저도 엄청 노력해요.
가끔은 저도 부정적인 얘기는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아침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데, 자꾸 싫은 거, 짜증 나는 거만 쓰다 보니까 너무 우울한 거예요. 그래서 안 썼더니 제가 봐도 그냥 겉도는 이야기만 쓰더라고요. 그렇게 며칠 지나니까 속이 답답해졌어요. 그래서 '아, 그냥 솔직하게 써야겠다' 하고 솔직하게 쓰니까 속이 또 후련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나무 숲 같은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그거를 한 번 맛보니까 멈출 수가 없어요.
🦥 모닝 페이지는 다시 돌아가서 썼던 글을 읽기도 하나요?
그럼요. 저는 월마다 회고를 해요. 근데 진짜 할 말이 없어서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날도 있거든요. 그래서 너무 꼼꼼히 보진 않고 휘리릭 보는데, 이번 달에 자주 언급했던 단어나 이슈가 뭔지 한번 살펴봐요. 그래서 그 달의 키워드를 정리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번 달에는 잠에 대해서 많이 쓴 걸 보고 다음 달에는 잠을 더 잘 잘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게 다음 달을 러프하게 계획하는 재료가 되는 거예요.
🦥 듣다 보니 자기 자신의 심리 상담을 스스로 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심리 상담가가 해주는 일은 대부분 나의 말을 정리해 주고 키워드를 던져주는 거잖아요. 그걸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계시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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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닝 페이지와 함께 문장 일기도 쓰고 계신다고요. 문장 일기는 어떤 기록인가요?
제가 문장 디깅 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책뿐만 아니라 뉴스레터나 노래 가사, 아니면 지나가다가 어딘가에 좋은 문장이 걸려있는 걸 봤을 때, 혹은 누군가와 대화하다가도 좋은 말이 있으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거예요.
마침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문장 디깅을 좋아하니까 모아둔 문장은 넘쳐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일기를 조금씩 써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느낌이 있는 '그날의 문장'으로 시작해서, 딱히 정해진 방향성 없이 이 문장을 왜 골랐는지,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요.
🦥 문장 일기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무의식적으로 내가 나한테 필요한 문장들을 많이 고르게 되거든요. 그래서 문장 일기도 한 달 쓰고 나서 돌아보면, 이번 달에 내가 집중하고 싶어 했던 마음의 주제를 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글쓰기 연습이 많이 돼요. 은유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작가님들이 많이 말씀하시지만, 글쓰기는 많이 써야 되거든요. 근데 문장 일기는 부담이 없잖아요. 보통은 맨날 오늘 뭐 쓸지 생각하느라 시간만 흘려보내고 결국 안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문장만 정하면 나는 그 문장 한 번 따라 쓰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막 쓰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한 드라이브를 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 제가 꾸준히 하고 있는 글쓰기가 콘텐츠 보고 기록 남기는 거예요. 이게 문장 일기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제가 그 당시에 관심 가는 분야의 콘텐츠들을 보게 되고, 그 안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그 당시의 나에 대해 잘 설명해 주더라고요. 외부적인 것을 접하더라도 기록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글까지 쓰고 나서야 콘텐츠가 나를 제대로 통과한 느낌이 들고, 그걸 보기 전과의 나와 보고 난 후의 내가 다르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그걸 다 통과한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이고요.
완전 공감해요. 내 생각이 머릿속에만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거든요. 나는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걸 말로 해보라고 하면 다들 어려워해요. 문장 일기에서 내가 어떤 책을 보면서도 왜 유난히 그 문장이 와닿았을지 생각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내 것이 되는 거죠. 생각을 밖으로 꺼내고 정리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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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이 좋다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고,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기록을 꾸준히 하려면 어떤 장치들을 마련해 두는 게 좋을까요?
저는 길게 생각하면 다 망하는 것 같아요. 시작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한테 해주는 조언들이 다 그런 건데, 행동을 조각조각 나눠서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앉고, 공책을 펴고, 펜을 들고, 날짜를 쓰고... 계속 이렇게 행동을 하나씩만 나한테 입력하면서 쓰다 보면 돼요. 그 드라이브를 거는 순간이 너무 귀찮고 싫은 건 다 그래요. 저는 늘 그런 식으로 저를 달래요.
저도 원래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하기 싫을 때는 '오늘만 쓰자, 5분만 쓰자, 한 줄만 쓰자' 이렇게 생각하고 하는데, 시작이 어렵지 막상 쓰기 시작하면 또 20분 동안 쓰거든요. 그래도 그다음 날 되면 너무 귀찮은데, '한 줄만 쓸까'하면서 또 앉아서 쓰고... 그런 식으로 쓰다 보면 어느새 한 주가 가 있고, 한 달이 가 있고 그러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거는 습관처럼 만드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제 모닝 페이지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는 거, 아침밥 먹는 거랑 거의 동급의 수준이거든요. 결국 내가 의식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으면 습관으로 만드는 것밖에 없어요. 습관으로 만들려면 3개월 정도는 투자를 해야 돼요. 근데 3개월 동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하기 싫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해요. 3일씩 쪼개서 생각하는 거죠.
물론 귀찮을 때는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안 하기도 해요. 근데 그런 거에 자책도 하지 마요. '오늘은 그냥 스킵했지만 내일 하면 되지', 하고 진짜 내일 하면 되거든요. 기록을 매일매일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나셔서 할 수 있을 만큼만 해 보는 거예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요. 그런 자세도 필요한 것 같아요.
🦥 나를 애 다루듯이 달래가면서 해야 되는군요. 한번 안 했다고 바로 그만두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고요.
맞아요. 저는 매일 하는 것만이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기별로 하는 것도 기록이고, 월별로 하는 것도 기록이고, 주별로 하는 것도 기록이고, 3일에 한 번씩 하는 것도 기록이에요.
그리고 저는 기록이 수단이 되는 기록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제가 블로그를 계속 쓰고 싶은데 잘 안 써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됐거든요. 제가 프리랜서로서 이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용 블로그를 하려고 하니까 자꾸 안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기록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똑같은 기록을 하는 건데 목표가 뭐냐에 따라서 동기부여가 달라지더라고요. 이왕이면 좋아하는 거를 하셨으면 해요. 그래야 질리지 않고 잠깐 멈췄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 결국 글 쓰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하는 것 같네요. 내가 남기게 되는 기록물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붙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모닝 페이지를 '리추얼'이라고 부르던데, 이 '리추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루틴'이랑은 뭐가 다른가요?
예를 들어서, 아침에 회사 출근하시면서 커피 드시는 분들 많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커피를 한잔 마시면 그거는 루틴이죠. 근데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나의 컨디션은 어떤지, 커피 향은 어떤지,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면서 그 시간을 나를 위해서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똑같은 행동을 해도 말 그대로 동그라미 치기 위해서 하는 거는 루틴이고, 이 행위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려고 애쓰는 게 리추얼이죠.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리추얼을 하는 건 어떤 면에서 좋나요?
사실 할 때는 잘 몰라요. 안 할 때 알아요. 저는 모닝 페이지를 두세 줄이라도 쓰고 나온 날은 분주한 마음이 잘 들지 않거든요. 근데 하지 않은 날은 비슷한 스케줄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계속 누가 쫓아오는 것 같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휘리릭 지나가요.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아침에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썼냐 안 썼냐의 차이더라고요.
🦥 혹시 소하님은 '기록이 내 취미다'라고 생각해 오셨나요?
사실 저는 늘보님 덕분에 내가 하고 있는 리추얼도 '취미'라는 넓은 범위에 들어갈 수 있어 있겠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취미라는 게 별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좋아서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취미인데, 제가 취미를 문화 영역에서만 하는 것들로 규정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 기록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저도 이번에 리추얼과 취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사실 취미도 그냥 좋아서 시작했다가 리추얼화되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한 취미를 오래 하다 보니까 습관처럼 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리추얼과 취미의 경계가 좀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어떤 행위를 오래 했기 때문에 생기는 매력도 있을까요?
이제 어렵지 않다는 거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행위처럼 당연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뭔가 특별한 세팅 없이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여행지에서도 쓰거든요.
그리고 사이클이라고 해야 될까요? 롱텀으로 기록이 쌓이니까 '이맘때쯤엔 내가 계속 힘들어하네' 아니면 '이렇게 한 번 치고 올라가면 늘 떨어지네', 이런 식으로 저를 관찰해서 생긴 데이터가 쌓이는 거. 그런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 역사도 사이클이잖아요. 성군 다음에 폭군, 다시 성군, 이런 식으로요. (웃음) 내 개인의 삶도 사이클이 보이는군요.
맞아요. 그런 게 있죠. 저는 겨울에는 좀 시들시들한 편이고 봄이 되면 생기 있어지는 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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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맛에 기록을 하지' 싶은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회고할 때가 너무 좋아요. 연말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에 노트를 다 가지고 가서 늘어놓고 보거든요. 필사로 옮겨 놓은 거나 있었던 일을 기록해 놓은 거를 읽어보는 것 자체가 저한테 다시 영감을 줬어요. 내년에도 끌고 갈 키워드가 뭔지도 발견하고요.
🦥 내가 남겼던 기록을 볼 때 낯설 때도 있나요? 저는 예전의 기록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내가 너무 낯설 때가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실은 한 달 전, 심지어 며칠 전의 나도 다르다는 걸 기록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맞아요. 저도 그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기록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기록이 없으면 옛날의 나랑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내가 어디가 변했고, 내 생각이 어떤 식의 변화를 거쳤는지, 내가 어떤 걸 배우고 학습해서 성장했는지 혹은 후퇴했는지, 지금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계속 점을 찍어야 되거든요. 그 점들을 확인해야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나로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잖아요. 내가 나의 발자취를 확인하는 그 시간이 계속 쌓여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귀찮지만 그렇게 저를 멱살잡이 하듯이 꾸준히 기록하려고 하는 거예요. 분명 지금은 귀찮지만, 한 줄이라도 써놓은 기록들이 분명히 미래의 나한테 도움이 될 거니까요.
제가 기록하기 싫을 때 떠올리는 말이 있는데요, 김신지 작가님이 일기 쓰기 싫을 때마다 '이 일기는 미래의 나한테 쓰는 편지다'라고 생각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쓸 수가 없다고요. 미래의 나한테 지금의 내가 해줘야 하는 말들이 있으니까요. 그 말이 저는 엄청 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귀찮을 때마다 '그래, 편지를 쓰자, 미래의 나야 잘 있니?' (웃음) 이러면서 기록을 해요.
🦥 기록을 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나에게 가장 크게 생긴 변화는 뭐예요?
저를 믿는 힘이 생겼어요. 저의 독립 출판물 제목이 『쫄보지만 나를 믿어요』거든요. 제가 진짜 쫄보예요. 정말 겁이 많고 불안도가 엄청 높은 사람이에요. 근데 기록하는 삶을 살면서 오늘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게 너무 좋았고, 어떤 게 싫었는지, 어떤 걸 하고 싶었는지 계속 알아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를 컨트롤하는 데도 익숙해지고 저한테 좋은 게 뭔지, 나쁜 게 뭔지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싫은 걸 싫다고 잘 얘기하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했었는데, 이제는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힘도 생겼고요.
긴 시간 동안 기록을 하면서 나를 돌보고, 채우고, 배우는 시간들이 아주 얇은 장으로 켜켜이 쌓여서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모닝 페이지나 문장 일기, 혹은 어떤 종류든지 기록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실 인스타나 핀터레스트나 유튜브에서 너무 기깔나게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글씨도 너무 예쁘고 다꾸도 너무 잘하잖아요. 저도 옛날에 불렛저널을 너무 써보고 싶었는데 막상 줄 긋고 해봐도 잘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몇 장을 날리고 나니까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 후론 불렛저널의 규칙을 다 무시했어요. 공책만 불렛저널을 사서 칸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그냥 줄 글만 쓰기도 하고, 스티커도 덕지덕지 붙이고 뭐 맘대로 하고 있거든요. 시작하시는 분들은 예쁜 것도 좋지만 목표를 예쁜 걸로 잡지 마시고, 무조건 재밌는 거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만, 일주일에 두 번만, 이런 식으로 낮은 목표를 세워서 차근차근 쌓아가시기를 바래요. 기록은 나의 흔적들을 남기는 것, 나를 아카이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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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하님 독립출판물, 『쫄보지만 나를 믿어요』
꾸준한 기록 끝에 결국 자신만의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기에 성공한 소하님!
도전도, 시작도 불안과 걱정을 앞세워 쉽게 하지 못하는 쫄보가 번아웃과 퇴사 후, 나에 대해 알아가며 용기를 낸 과정을 글로 담았습니다. 나를 알아가고 돌보는 방법이 궁금한 분들, 불안과 걱정이 많은 쫄보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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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뷰를 보고 탐구자님도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리추얼'을 만들어보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면? 다양한 리추얼을 함께 시도하고 격려하는 밑미(meetme) 플랫폼을 소개해요! 소하님은 이곳에서 모닝페이지 리추얼 메이커로도 활동하고 계신답니다. 혼자 시작하면 금세 그만두게 되는 작심삼일러라면, 이곳에서 리추얼 프로그램에 도전해보세요!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라면 조금 더 지속하는 힘이 생길 거예요. 그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리추얼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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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습관이 소하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면?
인터뷰 풀버전은 팟캐스트🎧에서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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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자님 오늘 인터뷰는 어땠나요?
좋았던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그밖에도 취미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사연도 대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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