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이 벌써 1주년이 되었습니다! 🥳👏  오늘은 1주년을 기념하여 저와 함께 제 오랜 취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을 모셨어요.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저는 현대무용을 취미로 9년 넘게 했습니다. 한때는 열성적으로 저의 취미를 영업하고 다니기도 했는데요, '춤'이라는 게 영원히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영업이 성공한 적은 손에 꼽아요. 오늘의 인터뷰이 뚜벗님은 제가 영업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케이스랍니다. 😆 

 '춤'이라고 하면 뒷걸음질부터 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춤은 물론이고 몸으로 하는 모든 행위와는 거리가 있었던 저 같은 사람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은 "모든 사람은 춤을 춰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춤이라는 거, 생각보다 별 게 아니랍니다. 저는 춤이란 '몸의 해방'이라고 생각해요. 몸의 해방은 곧 마음의 해방이기도 하고요. 탐구자님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춤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허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무용 취미의 시작은 '일탈'!

• 몸의 가동 범위를 늘려가는 재미
• 현대무용 - 몸의 ABCD를 익히며 움직임의 신세계를 탐험하기  
• 재즈 -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더 깊이 빠져들기
• 한국무용 - 왜 선생님과 나의 춤사위는 다를까? 
• 취미란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힘'

🦥 뚜벗님은 저의 영업으로 취미 무용을 시작하시게 되셨죠. 혹시 그전에 춤을 춰본 적 있었어요?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를 하긴 했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입시 준비하느라 공부하고 탐구 동아리 같은 것만 했거든요. 그러다가 대학 가서는 이제 좀 놀고 신나는 동아리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선택했던 거였어요.

🦥 원래 범생이들 눈에 가장 큰 일탈이 춤인 것 같아요. (웃음) 저도 대학교 들어가면서 그런 마음으로 무용을 시작했거든요. 저도 그냥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어서 ‘아, 나 진짜 다른 사람이 될 거야.’ 이러면서 환골탈태의 느낌으로 무용을 시작했어요. 그럼 춤을 춘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은 별로 없었어요?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었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여러 운동을 거쳐서 결국 무용에 정착한 상태예요. 헬스도 해보고, 필라테스도 하고, 요가, 클라이밍, 플라잉 요가도 해봤고요. 그렇게 하나의 운동만 오래 하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해보는 걸 좋아했어요. 보통 한 6개월, 길면 1년 정도 하다가 또 다른 걸 해보곤 했는데, 무용은 좀 더 오래 정착하고 있는 상태예요. 앞으로도 한동안은 무용을 조금 더 오래 할 것 같아요. 아직 너무 재미있어서요. 

🦥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거에 익숙한 편이었구나.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몸을 움직이는 모든 행위가 저랑은 멀다고 생각했어요. 학창 시절에도 체육 시간을 제일 싫어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체육이 너무 한정적이잖아요. 저는 구기 종목도 별로 안 좋아하고, 뭔가 대결해야 하는 것도 되게 싫어했는데, 대부분의 학창 시절 체육은 다 그런 거니까요. 그래서 춤을 배우고 나서 몸이랑 화해한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살피거나 돌본 적이 없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처음 수업 갔을 때 기억나요?

그럼요. 그 기다리는 공간 있잖아요. 거기가 거의 전공생들이 많다 보니까 너무 기가 죽더라고요. (웃음) 

🦥 저도 대기할 때마다 기 죽었어요. 9년 내내! 기 죽었어요. (웃음)

저는 그냥 추리닝에 반팔티 입고 갔는데, 막 다들 레오타드에 딱 무용수 같은 옷을 입고 계신 거예요. 그러면서 폼롤러로 쫙쫙 몸 풀고 계시는데, 저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웃음) 약간 시무룩하게 있었어요. 

그래도 수업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뭔가 아예 새로운 결의 움직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진 진짜 운동 같은 운동만 했거든요. 무용도 물론 운동이긴 한데, 헬스 같은 운동이랑은 결이 다르잖아요. 몸을 쓰는 방식도 그렇고, 내가 몸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이런 게 너무 신기했어요.

🦥 특히 저는 플로어* 배울 때 진짜 신기했어요. 내 몸으로 종이접기 하는 것 같달까. 선생님 하는 거 따라 하면 어느새 굴러와 있고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하지 않았어요? 내 몸이 이렇게도 접히는구나, 나의 어깨가 이렇게도 돌아가는구나, 막 이런 거 처음 알게 되잖아요. 선생님이 할 땐 ‘저게 뭐지?’ 싶은데, 하나하나 따라 해 보면 스무스하게 몸이 굴러가고. 

*플로어: 현대무용 동작 중 바닥에 닿거나 바닥에서 몸을 사용하는 모든 동작

진짜 맞아요. 발을 꼬아서 그대로 일어서라 그래서 했더니, 어느 새 막 내 다리가 이렇게 딱 풀려 있어! (웃음)

🦥 맞아요. 매듭 풀듯이 꼬았다 풀었는데 몸이 돌아가 있잖아요. 그런 게 진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내 몸으로 이것저것 움직여 보고, 접어 보고, 묶었다 풀어 보고. 특히 현대무용에서 그런 게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뚜벗님이 생각하시는 취미 무용의 매력과 효능은 뭐예요? 

춤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그냥 ‘몸을 움직이는 거다’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몸을 움직이는 취미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몸의 가동 범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거예요. 춤을 추고 계속 움직이다 보면 유연성도 자연스럽게 늘고, 다리 힘도 좀 더 생기는 것 같거든요. 제가 첫 달을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다리를 이만큼밖에 못 뻗고 구부릴 수 있는 각도도 작았는데, 한 4주쯤 지나면 다리가 훨씬 더 벌어지고 몸도 더 깊이 숙였다가 힘 있게 일어날 수 있더라고요. 영상으로 찍어서 비교해 보면 확실히 움직임이 커진 게 눈에 보여요. 그게 정말 신기해요. 한 달 사이에 내 몸이 변하고 성장했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 소소하게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 저는 그런 생각도 해요. 우리가 일상에서는 몸을 크게 움직일 일이 거의 없잖아요. 일상 속에서 우리 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너무 한정돼 있어서, 틀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춤을 춰보면 생각보다 훨씬 몸을 크게 써야 춤 같은 춤이 나오거든요. 특히 영상 찍어보면 그게 진짜 티 나는데. 

제가 항상 진짜 빡세게 췄다고 생각하거든요. 막 팔도 세게 휘두르고, 앉았다 일어났다 난리를 쳤는데, 영상을 보면 너무 히마리 없이 추고 있는 거예요. (웃음) 

🦥 그러니까 우리가 영상에서 보는 멋진 무용수들은 직접 보면 더 엄청난 에너지로 춤추고 있을 거예요. 저도 막 ‘오늘은 불태웠다, 진짜 너무 힘들다’ 하고 영상 보면, 대충 춘 것처럼 보여서 맨날 놀라요. 결국 춤을 크게 보이게 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몸을 많이 쓰고, 적극적이어야 하고, 동작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여러 장르를 해보신 걸로 아는데, 현대무용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현대무용은 정말 움직임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몸을 다양하게 써보는 경험은 거의 현대무용에서 처음 느낀 것 같거든요. 지금은 한국무용, 재즈, 컨템포러리 같은 것도 배우고 있어요. 현대무용을 먼저 배우면서 ‘몸의 ABCD’를 익힌 느낌이 있어서 다른 장르에서도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게 빨리 이해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을 텐데, 현대무용 덕분에 이해가 쉬워졌어요.

🦥 현대무용은 개념이 낯설 뿐이지, 춤 처음 접하는 분들이 시작하기엔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은 장르 같아요. 재즈는 발레 베이스가 있고, 표현력이나 연기가 필요한데, 현대무용은 큰 의미 없이 그냥 움직임 자체를 즐길 수 있으니까. 동작 하나하나가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물론 의미를 담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음악이든 동작이든 ‘움직임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그 모호함이 저는 너무 좋더라고요. 

의외로 현대무용 동작들이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된 게 많고요. 물론 플로어나 구르기 같은 건 일상에서 안 하지만, 누웠다 일어나기, 구르기,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동작들이 많잖아요. 그걸 효율적으로 하는 법도 배우고, 낙법처럼 안 아프게 넘어지는 법도 배우고요.

맞아요. 낙법! 뼈가 아니라 근육 쪽으로 바닥을 딛으면 덜 아프다거나, 그런 꿀팁 같은 것들도 알려주시고. 그런데도 수업 끝나고 보면 다리에 멍 들어 있긴 한데 (웃음)

🦥 현대무용에서 멍은 영광의 상처죠. 한두 개쯤은 있어야 ‘나 현대무용한다’는 느낌. (웃음)

그러면 이제 재즈 댄스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재즈의 매력과 특징은 뭐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재즈라고 하면 재즈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댄스 스포츠 같은 걸 떠올렸어요. 근데 무용 쪽에서 재즈는 우리가 흔히 듣는 K-pop이나 인디 음악 같은 가사 있는 음악에 맞춰 그 가사를 몸으로 표현하는 장르더라고요. 저는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데, 재즈 수업에서 인디 음악을 많이 써요. 음악에 맞춰 움직이면서 가사를 몸으로 표현하면, 좋아했던 음악에 더 깊이 빠져드는 기분이 들어서 그게 저한테는 힐링이에요. 

🦥 사실 재즈는 발레의 기본 동작도 은근 많이 들어가잖아요? 턴아웃도 그렇고, 팔 라인도 그렇고.

제가 갔던 재즈 수업 선생님은 준비 운동 끝나면 발레 기본기를 한 바퀴 돌리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발레 기본기 하면서 “아, 나는 발레랑 진짜 안 맞는다. 발레는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엄청 했어요.

🦥 발레는 정해진 규칙과 이상향이 있어요. 그걸 향해서 그냥 영원히 수련하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고급이든 초급이든 중급이든 기본기를 계속 하죠. 발레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틀에 딱 몸을 맞춰 나가는 거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무용은 어때요? 특유의 호흡이 있잖아요. 선생님들 움직임 보면 그 호흡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맞아요. 한국무용은 그 ‘호흡’이라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 호흡이 돼야 춤선도 살아나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니까 춤선도 안 살아나고, 그 안 살아나는 제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부끄러워요. (웃음) 

🦥 선생님이 하면 멋있는데, 내가 하면 이상하죠. (웃음) 한국무용 기본기로 굴신*을 배워본 적이 있거든요.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된다는데도, 굴신 자세를 하나하나 다 지키면서 하려면 너무 힘들어요. 땀은 줄줄 나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은 그냥 어슬렁거리고 있고. 사실 한국무용의 호흡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겠죠. 선생님들은 평생 몸에 기본기를 익히셔서 자기 몸의 언어로 만드신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한국무용은 ‘수련한다’고 하나 봐요. 그런 점에서는 발레랑 비슷한 것 같아요.

*무릎이나 발목을 굽히거나 펴며 리듬을 생성하는 한국춤의 하지(下肢) 춤사위

🦥 춤출 때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

춤추는 동안에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안무 따라가느라 너무 바쁘거든요. 춤추는 중에는 '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이런 걸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근데 딱 끝나고 나면 기분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개운하다, 나 완전 리프레시 됐다' 이런 느낌이 확 오거든요.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청소된 것 같은 기분, 그게 진짜 좋아요. 저는 무용 수업과 무용 수업 사이에 쌓인 스트레스를, 그 다음 무용 수업에서 완전히 청산해버리는 느낌이에요.

🦥 저같은 경우는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박자감 있는 음악에 맞춰서 안무를 기가 막히게 짜오시는 선생님들이 계시잖아요. 안무에서 에너지가 한 번에 팡 터질 때가 있어요. 물론 저는 그만큼 몸을 잘 쓰진 못하지만, 맞는 박자에 딱 맞춰서 하이라이트를 춤으로 표현할 때요. 그럴 때 진짜 희열이 느껴져요.

아, 맞아. 그런 순간 너무 재밌죠. 최근에 컨템포러리 수업에서 '오르트 구름'이라는 노래로 안무를 배웠는데, 그 노래가 엄청 빠르거든요. 근데 그 엄청 빠른 박자를 다 쪼개서 안무를 짜오신 거예요. 잠시도 쉴 틈이 없이. 근데 그걸 내가 딱 맞춰서 출 수 있을 때, 기분이 너무 짜릿하죠.

🦥 진짜 그 순간이 제일 좋죠! 그럼 뚜벗님이 이 취미를 통해서 지켜내고 있는 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게 제 일상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스스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큰 것 같아요. 그리고 금전적으로도 투자하는 분야가 생긴다는 점, 또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기대감이 있으니까 하루를 버틸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좌절할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이 안무 하나 외웠다” 같은 작은 성취가 있으니까, 그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작은 것들이 쌓여서 제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아요.

🦥 오늘 어떠셨어요?

제가 예전에 늘보 님한테 영업당했을 때, 그때의 늘보님한테 빙의된 기분이었어요  (웃음) 

🦥 영업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들죠?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해?' 이런 기분이죠? 

맞아요. 막 알려주고 싶고 영업하고 싶고 그런 마음. 이게 이렇게 제 일상을 지켜주고 있고, 정신 건강이나 신체 건강에도 이렇게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