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님 기준에서, '주짓수가 좋아서 이것까지 해봤다' 싶은 게 있어요? 평소의 나답지 않았던 행동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제가 원래 좀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뭐든 쉽게 포기하고 적당히 요령껏 하려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주짓수를 시작하고 나서는 수업만으로 끝나지 않고 집에 가서도 그날 배운 기술들을 기억나는 대로 다 적고, 다시 영상 찾아보고, 주짓수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정리도 해보고, 유튜브 같은 걸 찾아보면서 나만의 기술집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동안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아무것도 쉽게 되지가 않았거든요. 그래서 수업 시간이 1시간인데 매일 2시간씩 도장에 남아서 끝까지 연습을 하고 갔어요. 그렇게 했던 게 저한테는 제일 저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 엄청 몰입하셨군요.
그 당시에는 거의 주 5일 2시간씩 주짓수를 했었으니까요.
🦥 다들 주짓수 도장에 들어가면 그렇게 미치는 건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웃음) 주짓수가 너무 재밌기 때문에.
🦥 그렇다면 취미를 만나기 전과 후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었다고 했잖아요. 주짓수를 시작하고 나서는 주짓수를 할 때 외에도 뭐든 일단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주짓수는 지금 현재 강한 사람보다 오래 하는 사람을 더 많이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거든요. 그 사람이 실제로 실력이 어찌 됐든 간에 주짓수를 정말 성실하게 꾸준히 오래 한 사람이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예요. 주짓수의 모토가 그렇습니다. '오래 하는 사람이 강해진다.' 그런 주짓수만의 생각들이 머릿속에 박히기 시작하면서 내가 지금 당장 못해도 이걸 오래 하면 나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게 된 것 같아요.
🦥 굉장히 멋있는 철학이 있네요.
맞아요. 주짓수는 누워서 하는 동작들이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처음에는 일단 서서 시작하거든요. 상대를 넘어뜨리면 그때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니고 그 순간부터 다시 새롭게 주짓수 기술들이 시작되는 거예요. 넘어지는 순간에도 끝난 게 아니라는 것. 넘어지는 순간부터 시작인 거잖아요. 주짓수는 어떤 일을 해낼 때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짓수에서는 사실 처음 시작하면 거의 당하기만 하거든요. 내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랑 붙게 되니까요. 근데 결국에는 하다 보면 내가 제일 많이 당해본 기술을 내가 제일 잘하게 돼요. 그래서 주짓수 스파링을 두고서 보통 이렇게 얘기해요. 주짓수 스파링은 내가 이기거나 내가 배우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내가 지는 건 없다.
그래서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실패하거나 실수한 게 아니고, 한 번 더 배우는 과정일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뭔가를 시작하는 게 별로 무섭지 않아지더라고요.
🦥 내가 많이 당한 기술은 내가 많이 배운 기술이 되는 거네요. 너무 멋있어요.
맞아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오랫동안 쌓여서 나만의 주짓수를 만들어가는 게 진짜 매력적인 세계관이에요. 주짓수에는 그런 멋짐이 있습니다.
🦥 그럼 나무님이 정의하는 취미란 무엇인가요?
좋아하지만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게 되는 활동.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별로 따지지 않게 되는 활동인 것 같아요.
🦥 계속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어떤 것은 계속하고, 어떤 것은 안 하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겠다'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뭘까요?
사실 주짓수가 즐겁지 않은 순간에도 주짓수를 싫어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주짓수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래서 더 잘하고 싶으니까 욕심이 나서 즐겁지 않게 된 거죠. 내가 왜 지금 즐겁지 않게 되었는가를 생각을 해보면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얘를 너무 좋아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계속 해보는 거고, 내가 얘한테 애정이 식었구나 하면 그때는 그만두게 되는 것 같아요.
🦥 이렇게 듣고 보니 주짓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럼 나무님은 취미의 효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식단을 한다면, 그게 질리는 순간이 오잖아요. 사람이 똑같은 것만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저희 일상 같은 경우에도 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이게 보통은 똑같이 굴러가잖아요. 근데 취미는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식단을 한다면 가끔은 똑같은 것만 먹다가도 양념을 조금 바꿔보거나 다른 조리법으로 조리도 해볼 수 있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