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하이라이트

• 음악만이 다가 아니다! 세계관을 통째로 향유하는 케이팝 문화
• 덕질 경험으로 취뽀에 성공한 썰
• 덕질은 사실 이타적인 행위가 아니라 이기적인 행위
• 케이팝 덕질이 취미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 덕질은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 컨셉에 맞게 브랜딩 된 뉴진스의 앨범
  : 가사집의 내지 디자인, 포토북 등등 앨범의 모든 구성요소가 컨셉에 어울리게 완벽하게 디자인되어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에요! 

• 하나의 컨셉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내는 에스파
  : 에스파만의 미래적인 분위기와 메탈의 맛이 담긴 뮤비들! 에스파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하지만 일관되게 그들만의 소위 '쇠맛🔩'을 구현하고 있어요. 항상 음원 발매와 동시에 그들의 뮤비도 기다려지는 이유!

• 퍼포먼스로 아이돌의 정점을 찍은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 하면 퍼포먼스, 퍼포먼스 하면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는 노래와 완벽히 일치되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마칭 밴드와 어우러지는 'ON'은 특히 이들이 얼마나 퍼포먼스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 덕질을 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나한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세요? 

💖 저는 돈 쓰는 법을 조금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머글의 입장에서는 케이팝에 돈을 쓰는 거 자체가 조금 부정적인 시선으로 봐질 때도 있잖아요. 특히 저희 부모님은 그러셨거든요. 돈을 쓰는 건 좋은데 막 탕진하거나 파산할까 봐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를 잡으셨어요. 제가 가고 싶은 콘서트나 팬미팅을 가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해서 연 예산을 짰어요. 한 달에 얼마 아끼고 비상금을 어느 정도 모아야 1년 동안 가고 싶은 행사를 갈 수 있는지. 그래서 저는 뉴이스트 덕질을 시작한 17년부터 코로나 터지기 전 19년까지 돈을 제일 많이 모았어요. (웃음) 회사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제일 많이 모았던 것 같아요. 

또 생각해 보면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사랑을 주는 법도 덕질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인 아리아님이랑 지니쓰님이 있다면, 이 사람은 이 부분이 너무 귀엽고 이 부분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포인트를 딱 집어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의 사랑을 덕질을 통해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포인트를 뽑아내는 능력 같은 거네요. 

💖 그렇죠. 예를 들면 오늘 아리아님이 정말 귀여운 안경을 쓰셨거든요. 그러면 '오늘 그녀 너무 귀여워! 고등학생 같아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정도? (웃음)

🦥 주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떨 수 있게 됐다?

💖 (웃음) 맞아요. 듣는 사람들은 매우 민망해 하지만 저는 그래도 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거죠. 

🦥 결국 덕질은 사랑이니까요. 그럼 이 질문의 연장선상으로, 덕질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덕질하면서 가장 확실히 삶에 적용이 됐던 건 빠르게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거예요. 덕질은 사실 속도전이기도 하거든요. 활동기에 도시락을 보내는 것도 선착순이예요. 어떤 행사에서 이벤트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또 선착순으로 하기 때문에 빠르게 해야 해요. 그래서 그 후로 모든 일을 할 때 제가 들었던 얘기가 '너 진짜 일 빠르게 처리한다'예요. 그리고 성격이 급해졌어요. 빠릿빠릿하게 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취미 활동이네요. (웃음) 덕질 활동도 거의 회사처럼 기획하고 제품 만들고 주문하고... 이런 모든 프로세스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하는 능력도 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생일 카페 같은 것도 그래요. 생일 카페 하는 장소가 한정적이거든요. 어느 업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 돌려서 사장님한테 발주를 넣는 거죠. 생일 카페 안 하던 곳에는 어필도 해야 해요. '생일 카페를 하게 되면 팬들이 이 기간 동안 많이 와서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웃음) 한 번은 제가 생일 카페 안 하던 곳을 뚫어서 생일 카페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께서 매출이 잘 나오셨나 봐요. 그 뒤로 감사하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그분이 이제 생일 카페를 계속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 회사에서도 이벤트 기획을 하든 사업을 진행하든 과정이 비슷하잖아요. 오더를 따내려고 설득을 하고, 행사를 진행하고, 그 사이에 어그러지면 또 B안으로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하고... 

📸 그래서 면접 볼 때도 고민했어요. 덕질하면서 나름 팔로우가 이렇게 많고, 계정을 이렇게 키웠고, 이런저런 행사도 해봤다는 걸 얘기를 해도 되나 싶은 거예요. 내가 뭘 하면 진심인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케이팝 덕질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어른들도 있으니까... 결국엔 면접 때 '저는 뭐든지 진심인 사람이고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어필했던 회사들은 다 붙었던 것 같아요.

🦥 우리 사회에서는 연예인이나 대중문화를 덕질하는 걸 취미라고 잘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대상이 다를 뿐이지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서 디깅하는 행위들을 생각해 보면, 꼭 대중문화 덕질이라고 해서 취미가 아닐 이유가 있나 싶거든요.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케이팝 덕질이라고 말하는 편이었나요? 

💖 저는 이 질문을 보고 왜 덕질을 취미라고 정의하는 걸 낯설다고 느꼈을까 고민해 봤거든요. 뭔가 여가 시간에 즐기는 행위라기보다는 그냥 팬과 가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활동을 덕질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인간관계처럼 보는 느낌? 저에게 취미는 행위에 가까웠거든요. 근데 덕질은 행위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말이 더 생경하게 들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 저는 항상 이게 취미라고 말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취미랑 다른 시선으로 보더라고요. 너무 깊게 빠져들어서 일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무언가로 바라보더라고요. 제가 입시하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풀어주는 요소 중 하나였거든요. 플레이리스트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가득 담아서 집에 가는 길에도 듣고, 공부할 때도 틀어 놓고 그랬어요. 콘텐츠 하나 올라오면 잠깐 보면서 또 힐링하고... 솔직히 다른 취미도 힘든 일을 하고 잠시 내가 좋아하는 거에 집중하는 거잖아요. 저는 제 일상에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겼어요. 

🦥 사실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한텐 그런 얘기 안 하거든요. 다른 취미도 충분히 자기 일상을 해칠 만큼 좋아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도 많고요. 근데 그런 거는 취미로 인정해주면서 괜히 케이팝은 삶을 망칠 정도로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머글 입장에서는 덕질이 정말 이타적인 행위다 못해 자기를 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조건적으로 퍼주는 관계라고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보이겠죠. 근데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것도 지극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취미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내 행복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게 취미잖아요. 

📸 저는 취미라고 정의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에게 취미가 덕질이라고 말은 하진 못해요. 그러면 누구 덕질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보면서 '왜 아이유 같은 사람 안 좋아하고? 걔네 유명해? 걔네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은데 왜 좋아해? 걔네보다 얘네를 좋아하는 게 득이지 않아?' 이런 식으로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정말 친한 사람들한테는 말할 수 있지만 보통은 예전에 잠깐 사진 찍고 보정하는 걸 좋아했다는 식으로만 말해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 그래서 덕질을 하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위에서부터 밑바닥까지 찍어봤잖아요. 이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죠.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얘기해도 그거 왜 좋아하냐고 얘기하지 않게 되는 거죠. 모든 덕질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됐어요. 

🦥 그 대상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