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취미가 뭐예요?'라고 묻지 않는다고? #14호 - 효율을 내려놓고 기꺼이 무용함을 택한 이유
오늘의 인터뷰이: 꽃을 키우고 누르고 꽂는 유광 🌿 |
|
|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내가 이렇게도 변하다니...'
취미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익히 알던 나와는 상반된 모습, 일이나 인간 관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은 아닐지도 몰라요. 사회화 과정을 겪기 전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일 수도, 내면 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욕망일 수도 있고요.
오늘의 인터뷰이, 유광님도 평소 최적의 경로만을 찾는 극강의 효율 추구형 인간이라고 해요. 그런 유광님이 식물을 키우고, 누르고(!), 꽂는(!), 효율과는 거리가 다소 먼 '무용한' 취미에 푹 빠지게 되면서 무용함의 맛이 뭔지를 알아가고 있다는데요, 식집사를 넘어 압화와 꽂꽂이까지, 식물을 둘러싼 다양한 취미를 가진 유광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
|
✅ 인터뷰 하이라이트
-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를 가져본다는 것
- 식물 킬러에게 주는 팁, "관심 있는 사람을 대하듯 해라"
- 꽃으로 기록하는 방법, 압화
- 꽃꽂이에도 국적이 있다고? 한국 꽃꽂이만의 매력과 차이점
- 새로이 발견한 나의 추구미, 예술 활동
- 식물을 키우면서 배운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기'
- '취미가 뭐예요?' 대신 다르게 질문해보기 - 영어로 생각해보는 취미의 재정의
|
|
|
🦥 유광님은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연이랑 가까이 지냈던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어릴 때 농촌에서 살았는데, 그때 집에서 농사를 좀 지으셨거든요. 주변이 거의 다 풀로 가득한 환경이었고요. 근데 그때는 대도시로 나가고 싶어 했고, 지긋지긋한 촌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의 소중함이나 좋은 점을 잘 못 느끼고 살다가, 막상 대도시로 나와서 살다 보니까 제가 계속 자연을 찾는 거예요.
20대 초반엔 내 취향을 잘 모르니까 남들 하는 거 따라 하잖아요. 근데 저는 여행을 가도 관광지나 핫플 같은 데보다는 어머님들처럼 꽃 보러 가거나 자연 경관 보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아, 나 자연 좋아했네' 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 저의 별명도 ‘할매’였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을 향해 갔던 것 같아요. 식물을 집에 들인 것도 무슨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집에 식물이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너무 당연했던 것 같아요.
🦥 식물을 키우는 데서 느끼는 매력이나 효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책임지는 존재가 생긴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저는 그걸 ‘조건 없는 사랑의 형태’라고 느끼거든요. 아이를 가지면 힘들고 괴롭지만 그만큼 바꿀 수 없는 사랑이 생기듯이, 식물한테도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맨날 들여다보고 돌보는 건 아니더라도, 제가 어쨌든 길러야 하는 존재니까요. 그 존재를 통해 생겨나는 애정이 있는데, 그걸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식물인 것 같아요. 사람이 제일 어렵고, 동물은 식물보다는 책임이 더 크잖아요. 그래서 쉽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사람에게 식물은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정신적으로 좋다고 느낀 건, 식물은 어쨌든 돌보는 대상이잖아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분무기를 뿌려야 하는 애들이 있어요. 공중 습도가 중요한 애들이라 마르지 않았는지 그냥 무의식적으로 살피고, 분무기 칙칙 뿌리고, 흙을 살짝 손으로 만져보기도 해요. 그 시간이 길진 않아도 약간 명상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루틴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명상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요.
🦥 식물을 키우는 족족 죽이는, 소위 '식물 킬러'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께 줄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킬러였어요. 20대 때 선인장을 키웠는데, 그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을 정말 빠르게 죽였어요. 그런데도 저는 계속 식물을 샀던 것 같아요. 제가 해보니까 몇 가지 팁은 있긴 있어요. 첫 번째는 ‘살짝 무관심’이에요. 너무 무심하면 당연히 죽어요. 그런데 너무 들여다보는 것도 안 좋아요. 식물도 자아가 있는 것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잘 살더라고요.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금방 죽는 것 같고,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해요. 저는 마음속으로 ‘얘는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람한테 다가가듯 적당히 거리 두는 느낌으로 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통 식물 키운다고 하면 물 주는 것만 생각하는데, 햇빛이나 바람도 중요해요. 어떤 애들은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햇빛이 잘 드는 자리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식물 자리를 중간중간 바꿔줘요.
🦥 그렇게 되면 집 안의 환경에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우리 집에서 햇빛이 어디에 잘 드는지도 보게 되고, 바람이 어떻게 드는지도 파악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문을 자주 열어놓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도 햇빛을 쐬고 바람을 쐬는 일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식물을 돌보다 보면 나 자신도 같이 돌보게 되지 않나 싶네요.
맞는 것 같아요. 날씨에도 더 예민해지거든요. 같은 햇빛이라도 어느 날은 되게 강하게 들어오고, 또 어떤 날은 구름 때문에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런 걸 더 감각적으로 느끼게 돼요.
🦥 식물도 좋아하시고 자연도 좋아하시니까, 웬만한 식물은 보면 뭔지 바로 아시나요?
아니요, 그건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물론 관심이 생기면 이름이나 꽃말, 서식지 같은 걸 찾아보긴 하지만, 뭐든지 보고 "이건 이거다" 하고 말할 정도의 지식은 없어요.
🦥 모든 분야에서 지식을 탐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긴 해요. 덕질을 해도 다들 성향이 다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학구적으로 파고, 어떤 사람은 그냥 감각적으로 즐기고, 돈을 많이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맞아요. 같은 걸 좋아해도 어디서 행복을 느끼느냐는 다 다른 것 같아요. 전 공부는 되게 싫어하는 편이에요. 전공이 생명과학이었는데, 식물을 배울 기회가 정말 많았거든요. 근데 당시에는 공부로서의 식물은 너무 싫었어요. |
|
|
🦥 유광님은 ‘압화’라는 취미도 하고 계신다고요. 흔한 취미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압화는 말 그대로 꽃이나 풀의 수분을 빼면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드는 걸 말해요. 사실 '압화'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도구도 다양해서 뭔가 특별한 취미처럼 여겨지는데, 어릴 때 네잎클로버 주우면 다들 책에 끼워놓잖아요. 가을엔 단풍잎이나 은행잎도 끼워넣고요. 그게 다 압화예요. 전통적으로는 알록달록한 꽃들을 눌러서 예쁜 액자에 담아놓은 걸 많이 보셨을 텐데, 저는 그걸 좀 더 확장해서 뭐든 누르면 다 압화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에요.
🦥 압화의 매력은 뭔가요?
꽃을 정말 좋아하는데, 막상 들이자니 계속 썩어서 버려야 하잖아요. 쓰레기통에 버릴 때마다 뭔가 아쉬움이 있었어요. 근데 압화를 접하고 나서는 식물을 버리는 일이 없어졌어요. 계속 보고 싶었던 꽃을 표본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록물로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처음엔 반찬통에 넣어서 보관하다가, 하나하나 꺼내보기 불편하니까 종이에 붙이고 액자를 만들어봤어요. 누군가에게 받았던 꽃, 우연히 발견한 꽃처럼 제게만 스토리가 있는 꽃들을 예쁘게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그 액자를 보면 저만 아는 즐거움이 있고, 그게 식물 기록, 꽃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꽃에 얽힌 서사를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겠네요.
맞아요. 사실 다른 사람이 압화를 엄청 잘해서 만든 작품을 보면 "우와" 하긴 하는데, 그걸 굳이 갖고 싶진 않거든요. 저는 일부러 예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다가 주운 꽃들, 그 기억들이 있는 꽃들이 결과물로 남는다는 점에서 기록처럼 느껴졌어요.
🦥 사실 꽃은 언젠간 시들잖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그걸 붙잡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인 것 같아요.
맞아요. 욕심이기도 하죠. 근데 시들기 전에 그 순간을 붙잡는 행위가 압화인 것 같아요. 그래도 쓰레기통보다는 우리 집 액자가 낫지 않을까, (웃음) 하는 마음으로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결과물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압화를 만드는 과정도 꽤 재밌어요. 꽃을 눌렀을 때 결과가 어떨지 모르거든요. 식물마다 생긴 것도, 색도, 질감도 다 다르니까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고요.
어떤 분은 이걸 필름 카메라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완전 공감했어요. 눌렀다고 바로 다음 날 열어볼 수도 없고, 최소 3일은 두어야 해요. 저는 일주일 정도 두는 편인데, 날짜가 되면 ‘이제 열어볼까?’ 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있어요. 막상 열어보면 생각한 거랑 다르게 눌린 애들도 있고, 기대 이상으로 예쁘게 나온 애들도 있고요. 그런 수확의 기쁨이 있어요.
🦥 정말 아날로그적인 취미네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게 아날로그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니까,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도 하겠어요.
네, 맞아요. 아날로그스럽습니다.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호흡이 긴 취미죠. 압화는 결국 꽃을 재료로 한 공예, 예술 활동인 것 같아요. |
|
|
🦥 최근에 꽃꽂이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아마 이걸 들으시는 분들은 제 나이를 굉장히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웃음) 요즘 꽃꽂이를 배우고 있어요. 근데 꽃꽂이 종류도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좀 특이하게 한국 꽃꽂이를 배우고 있어요.
🦥 꽃꽂이도 국적이 있나요? (웃음)
네, 있더라고요. 저도 몰랐는데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꽃꽂이는 화병에 예쁘게 꽂거나, 꽃바구니나 리스 같은 걸 만드는 서양식이잖아요. 근데 제가 배우는 한국 꽃꽂이는 한국 전통 방식으로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화풍을 계승하는 방향이에요.
제가 서양 꽃꽂이를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라서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한국 꽃꽂이는 단순히 꽃을 예쁘게 꽂는 게 아니라 나무, 돌, 고목 같은 다양한 자연 소재를 함께 쓰고요, 방식이나 자리 같은 것도 다 정해져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세 개의 '주지'를 먼저 세우는데, 그게 '하늘, 땅, 사람'을 상징해요. 그 세 가지를 어떤 식으로 꽂느냐에 따라 경사형, 직립형, 하수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뉘고요. 이걸 처음 배우면 자유도가 좀 낮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 되게 동양 철학적인 느낌이 있네요. 보통 꽃꽂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라고 생각하잖아요. 실제로 해보니까 어때요?
음, 약간 백조 같아요. 겉보기에는 고상하고 조용한 것 같아도 실제론 머릿속이 엄청 시끄러워요. '주지' 3개에, 각각 '종지' 2개씩, 그리고 보조 가지까지 다 꽂아야 하는데, 그 위치랑 방향까지 다 정해져 있어요. ‘1번 꽃은 3주지보다 낮아야 한다’ 같은 규칙들이 있어서, 그냥 아무렇게나 꽂는 게 아니거든요.
🦥 듣다 보니 꽃꽂이나 압화는 예술 활동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하시면서 창작을 한다는 느낌도 드시나요?
네, 있어요. 저는 원래 창작이나 예술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계속 예술이 섞인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의 추구미가 이쪽이었나 봐요. 어렸을 때 억눌러져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웃음)
🦥 식물을 다루는 취미를 가진 이후로 유광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제가 성격이 굉장히 급하거든요. 뭐든 빨리빨리, 인풋이 들어오면 아웃풋이 바로 나와야 되고, 눈에 보여야 되고, 저 자신에게도 그렇고 남에게도 좀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에요. 통제권이 내 손 안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그걸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인데, 식물은 그게 안 돼요. 내가 옥죄면 옥죌수록 더 잘 안 되고, 바라는 대로 절대 안 되고요. 그리고 식물의 속도는 느리잖아요. 물론 종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지만, 이 정도면 좀 풍성해질 때가 됐는데 여전히 자라지 않는 애들도 있고… 그게 답답하죠.
근데 이걸 계속 하다 보니까 ‘모든 생명체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내 눈엔 안 보여도 안에서는 계속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조금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제 성격 중에 그 ‘빨리빨리’가 좀 죽었어요. 사람에 대해서도 예전보다는 좀 더 기다려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원래 무용한 걸 잘 못 참아요. 효율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길을 찾을 때도 항상 최적의 경로만 찾는 사람이거든요. 지하철 환승도 가장 짧은 길을 찾아서 다니고요. 근데 식물이나 자연을 다루는 일은 효율이랑 안 맞잖아요. 식물을 키운다든지 식물로 뭘 만든다든지 하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용하거든요.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생계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제가 이걸 계속 하고 있고, 좋아하고,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게, ‘무용함이 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는 걸 체득하게 해줬어요.
🦥 예술 행위가 거의 다 무용하죠. 근데 그게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무용한 걸 쫓는 존재’라는 것 자체가 인간다움을 입증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용함이 없으면 역설적으로 인간은 점점 더 무용해지는 것 같고요.
|
|
|
🦥 혹시 식물을 돌보면서 새로 발견한 나의 모습이나, 원래 알았지만 재확인한 면이 있었나요?
아까 얘기한 거랑 맥락이 비슷한데요, 저를 오래 봐온 사람들은 제가 이런 취미를 갖고 있다는 걸 좀 놀라워해요. 예전에는 무용한 걸 잘 못 즐기고, 쓸모없는 것에 시간을 쓰는 걸 못 견디고, 항상 바쁘고 효율만 추구하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가 이 식물들, 돈도 안 되는 것들에 시간을 이렇게나 쏟고 있고, 창작 행위 같은 것도 하고 있고... 그게 새로운 감각이라기보다는, 원래 나한테 있었는데 그걸 이제 발견한 느낌이에요. 예전엔 그걸 꺼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 취미를 하면 늘 처음엔 ‘새로운 나’를 발견한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원래 있었던 모습인 경우가 많죠.
맞아요.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사실 내면에 늘 있었던 욕구인데 사회화 과정에서 억눌려 있다가, 취미를 통해 다시 나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건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는 잘 안 드러나죠. 혼자 좋아서 해봐야 그 감각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유광님이 정의하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영어 강의 같은 데 보면, “취미가 뭐예요?”를 영어로 말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What’s your hobby?”라고 떠올리잖아요. 근데 그보다 “What do you do for fun?”이나 “What do you usually do on weekends?” 같은 질문이 더 자연스럽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약간 힌트가 있는 것 같아요. ‘취미’라는 단어 자체가 약간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거든요. 누가 “너 취미가 뭐야?”라고 물으면 갑자기 ‘내가 이걸 취미라고 말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고, ‘주에 몇 번은 해야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근데 영어식으로 “재미로 하는 거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 다들 편하게 대답하잖아요. 뭐 넷플릭스 보는 거일 수도 있고, 1년에 한 번 캠핑 가는 거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그 영어식 질문에서 나오는 답들, 그게 바로 취미라고 생각해요. “주말에 뭐 해?” 이렇게 물어보면 다들 무언가 있잖아요.
🦥 빈 시간에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어서 하는 거니까요. 그런 게 나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럼 유광님은 모든 사람이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감히 '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없던 시절을 겪어봤거든요. 지금은 취미 부자라고 말할 정도로 이것저것 많아졌는데, 지금이 훨씬 좋아요. 삶이 더 다채로워졌어요. 활동을 더 하니까 경험도 더 많고 다양해지고, 만나는 사람도 더 많아지고요. 일만 하고, 취미 하나 없이 사는 삶보다 감각을 더 살려서 사는 느낌이 들어요. 어차피 같은 삶을 살 거라면 더 다양하게 느끼면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들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이라는 말이 좋네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몸의 감각에, 어떤 사람은 시각적인 감각에 더 끌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뭘 하든 간에 좋아하는 걸 하면 무조건 감각은 발달한다고 생각해요.
🦥 그게 결국 명상이잖아요. 취미가 주는 명상 효과라는 게, 결국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는 거거든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 그게 명상의 핵심이잖아요. 저는 취미가 그런 행위라고 생각해요. 일할 땐 그런 감각 잘 안 생기잖아요.
맞아요. 결국 기승전 명상이네요. (웃음) |
|
|
인간과 식물 간에도 케미가 있을까? 전문 식물 가게보다 🥕에서 사면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한국 꽃꽂이는 어디서, 무엇을 배울까?
모든 열성 취미러의 끝은 결국 🏠이라고?
인터뷰 풀버전은 팟캐스트🎧에서 들어보세요! |
|
|
식물을 좋아하는 정글과 유광이 함께, 식물 뉴스레터 ‘풀풀통신’을 야심차게 준비 중입니다. 식집사를 위한 식물 이야기부터, 식물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까지! 첫 번째 뉴스레터는 5월 말~6월 초 발행 예정이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따끈따끈한 소식을 받아 보실 수 있어요. Coming soon! 👉 유광 인스타 계정: @yugwang_ |
|
|
오늘의 질문 🙋
탐구자님은 취미를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내 모습이 있나요?
잘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모습이거나 내면에 숨어있던 욕구인 게 아닐까요?
👇 탐구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