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하이라이트

• 미술 비전공자도 할 수 있어! 😊 국립미술관의 도슨트 되는 법
• 순수한 열정을 가진 성실한 사람들의 집단, 도슨트
• 취미의 스펙화
• 취미로 노후 대비하는 법

🦥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게 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하시게 된 거예요?

저도 막상 시작하려니 너무 두려운 거예요. 외워야 하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도 어렵고... 근데 그럼에도 계속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제가 좀 충격을 받은 게, 너무 순수하게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본 거였어요. 저는 그전에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랐고, 저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전시도 막 '희열을 느낄 정도로 너무 좋다' 정도라기보다는 그냥 시간도 남고 문화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갔던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도슨트 활동을 시작해서 다른 도슨트 선생님들을 실제로 만나기도 하고, 리허설을 그 선생님들 앞에서 하기도 해야 되거든요. 그때 선생님들이 질문을 엄청 많이 가지고 오시고, 논문을 엄청나게 찾아서 자료 조사를 해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순수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열정을 바치는 분들이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어떤 분은 10년간 활동해 오셨는데 그분 직업이 원래 데이터 분석가예요. 금요일마다 활동하셔서 프리랜서이거나 주 4일제 회사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까 매번 반차를 써서 오신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 너무 충격을 받았죠. 내 소중한 반차 휴가를 써서 여기에 활동을 하러 오시다니!

이분들이 보통 나이대가 높다고 했잖아요. 저희 부모님 또래만 해도 젊었을 때 너무 고생하면 나이 들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하시던 분들이 좀 많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열정을 가지시는 분들을 본 거예요. 그래서 나도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일단 해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도슨트로서 필요한 자질이나 마음가짐 같은 게 있을까요?

한 도슨트 선생님이 '교회 간다'고 생각하고 오신다고 하셨거든요. 교회 갈 때 의미를 두지 않잖아요. 그냥 좋아하는 활동이니까 어떤 이유를 붙이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이걸로 인해서 큰 감동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게 항상 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명확한 이유를 두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교회에 가는 마음으로 간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여러 형태의 취미가 있고, 사람들이 다양한 마음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데, 그중엔 루틴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막 좋아서 하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어떨 때는 그냥 교회 가는 마음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도 되게 중요한 마음인 것 같고요. 

그런 분들이 오래 활동하고 자주 활동해요. 하다 보면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친구와의 약속, 가족들과의 생활 등 포기해야 되는 게 많은데, 그런 걸 포기하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활동할 때 사람들 오는 걸 무서워했는데, 그래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나아간 거 같거든요. 

🦥 약간의 책임감도 있는 것 같아요. 외부와의 약속으로 인한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요. 내가 이걸 하기로 했으니까 그냥 한다는 마음. 저도 현대무용 취미를 되게 오래 했잖아요. 이게 매번 좋지는 않아요. 시간도 걸리고 돈도 들고 가기 전까지 분명 많은 유혹이 있는데, 그냥 가는 거니까 가는 마음이었어요. 진짜 교회 가는 마음이라는 표현이 딱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오히려 오래 유지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  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써서 하는 거는 다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숨님은 도슨트 활동을 취미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그전에는 그냥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제 취미가 뭐다' 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태였었거든요. 거기에 도슨트 활동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었어요. 근데 이번에 인터뷰 요청 받으면서 보니까 취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저의 의지로 선택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1년에 한 번이라도 놓지 않는 수준으로 하는 거면 취미가 맞지 않나 싶어요.

🦥 우숨님이 생각하시는 취미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어디까지 해야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두 번 이상 하면 취미인 것 같아요. (웃음) 저도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항상 즐거운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처음에 했을 때 재밌고, 다시 한번 해볼까 해서 다시 한번 해봤을 때, 그때 갈리는 것 같아요. 또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면 취미가 될 수 있는 것 같고, 아니라고 느끼면 경험으로 만족하는 거죠.

🦥 모든 사람이 취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저는 그래서 이력서에 취미랑 특기 적는 란이 진짜 싫어요. 취미라는 게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취미야말로 저의 주도성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 칸이 있는 순간 '해야 된다'로 바뀌거든요. 그러면 즐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보여지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 되는 거죠. 스펙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 들었는데 트와이스 나연의 취미가 그네 타기래요. 활동이 빌 때 동네 지나가다가 그네가 보이면 혼자 탄대요. 그걸 정말 귀엽고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누군가가 봤을 때는 그게 취미냐고 할 수 있지만, 본인이 좋아해서 하는 거잖아요. 취미의 정의나 개념이 어때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네 타기도 언제든 안 할 수 있는 활동이잖아요. 그런 거 보면 취미가 없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취미를 떠나서 꿈이라든지 특기라든지 없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 맞아요. 특히 자기 계발이 한창 유행인 요즘 같은 시대에 취미도 스펙처럼 됐다는 거에 저도 정말 공감해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도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걸 해야 되나' 싶은 부담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취미의 정의를 넓게 하면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어떤 취미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취미고, 어떤 거는 취미가 될 수 없고, 이렇게 나누는 순간부터 스펙화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활동이잖아요. 주체는 저잖아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즐겁고 내가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활동인데, 그게 짧게만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기회가 닿지 않아서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걸 수도 있기 때문에... 꼭 없어도 될 것 같고, 언젠간 찾을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